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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및 지정학

유럽은 코로나 위기를 경제 구조개혁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2020년6월 - 3 분 읽기

투자자들은 당장 코로나19 현안 해결 이상의 경제 구조개혁 시도에 나선 EU 지도부를 적극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지금까지의 시장 반응을 보면, 유동성 공급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동성 공급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체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위기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유럽은 종종 분열과 해체의 상징으로 떠올려지기도 하지만, 당장의 위기 해결에 급급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현재의 유럽은 보다 근본적인 해법 강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U가 코로나19 피해 회복 지원을 위해 7,500억 유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는 뉴스는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의 증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 중국의 홍콩 통제와 같은 뉴스들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구상이 유럽판 “해밀턴 모멘트(Hamilton Moment)”가 되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독립전쟁 이후 빚더미에 앉은 여러 주의 빚을 통합해 연방국채로 만들어 오늘날 미국이 느슨한 연합체가 아닌 강력한 연방국가가 되는데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EU가 단일 연방국가가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구상 중인 새로운 메커니즘이 이번 위기 이후 더욱 강해진 유럽, 또 다른 위기를 이겨낼 내성을 갖춘 유럽을 만드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십년 전 여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유럽 통화동맹 지도자들은 이른바 특정 지역에서만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비대칭적 쇼크 (asymmetric shock)”를 몸소 체험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글로벌 자금흐름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자, 아일랜드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 포르투갈의 취약한 경제, 스페인의 부실한 은행 시스템, 그리스의 열악한 공공재정 등과 같은 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만약 이들 경제가 여전히 자국 통화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환율 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EU회원국들이 제시한 엄격한 조건을 수용하고 대규모 대출을 받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2009년 발효된 유럽연합 개정조약(리스본 조약)에 따라 긴급 상황이 아닌 경우 회원국에 대한 대출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당시 대출 지원에 대한 날카로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페인과 이탈리아 위기로 유럽 통화동맹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EU는 영구적인 지원기구를 설립했습니다. 초기에는 공동 보증을 통해 조성됐으나 이후 영구적인 기금으로 조성된 조건부 대출제도의 설립을 통해, 유로화 보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던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 또한 자체적인 “통화동맹” 내에서 비슷한 메커니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아이오와, 펜실베니아 주는 경제 특성이 매우 다르지만, 같은 환율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난 2008년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이 주택가격 폭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자 연방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주 정부 재정 및 실업 급여 지원금을 확대하고 소득세를 축소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 지원의 대부분은 대규모 연방정부 예산 하에 눈에 띄지 않게 이루어집니다. 지난 5월 미치 맥코넬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연방정부의 주정부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에 반대하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주가 연방정부 재정에 순 기여하는 반면 켄터키주는 순 수혜주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연방정부의 주정부 지원이 정치적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쇼크로 유럽은 기존 공조 체제의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유럽 각국은 별다른 공조 없이 국경을 폐쇄하고 의료기기를 비축하는 과정에서 EU 규정을 위반하진 않았지만 EU 정신을 위배했습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이웃국보다 강한 국가로 거듭난 반면, 이탈리아는 더욱 취약해졌습니다. 누가 누구를 도와줘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됐습니다.

아마도 최대 이변은 GDP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재정지출, 세금 유예 및 유동성을 통해 재정균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포기한 독일일 것입니다. 미국이 유럽에 대한 정치적∙군사적 지원을 축소하려는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럽 공조 강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더불어 최근 독일 헌법재판소가 ECB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유로존 회원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없었다며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과거 위기를 통해 얻은 결실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위험에 처하게 됐습니다.
 

독일 10년물 국채 대비 과거 스프레드 추이

자료: Bloomberg. 2020년 6월 11일 기준

독일 10년물 국채 대비 연초 이후 스프레드 추이

자료: Bloomberg. 2020년 6월 11일 기준

이에 메르켈 총리는 2021~2027년까지 다년도 재정운용계획을 급격히 확대하는 안에 대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및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4개국을 제외한 전체 EU와 한 목소리를 내게 됐습니다. 관련 재원은 신규 채권 발행과 탄소배출세 또는 디지털세 도입을 통해 마련될 예정입니다.

이번 회복 계획은 일시적인 것으로 다음 예산안이 만료되는 2027년까지만 유효하긴 하지만, 대규모 공동 채권 발행에 대한 결의는 ‘해밀턴 모멘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EU가 단일 연방국가가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구상 중인 새로운 메커니즘이 이번 위기 이후 더욱 강해진 유럽, 또 다른 위기를 이겨낼 내성을 갖춘 유럽을 만드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복 계획의 진정한 의미는 통화동맹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개선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는데 있습니다. EU는 대외충격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는 회원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현재 예산의 4분의 3정도에 달하는 추가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이 중 최대 절반 정도는 대출이 아닌 보조금으로 지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관련 협상과 타협에 있어 난관이 예상되지만, 현재의 안이 다소 완화된다 하더라도 중대한 진전이 될 것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번 위기를 낭비해선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대부분 차기 선거까지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 유럽의 지도자들은 예기치 않은 이벤트들로 인해 당면한 위기뿐 아니라 장기적인 내성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들의 성공을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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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링자산운용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 2020-0607호(2020.06.19~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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